◈ 향기로운/◈커피향기

빗물인지 눈물인지 / 배창호

초록정원1 2012. 7. 18. 22:23

빗물인지 눈물인지 / 배창호

여름비 천둥을 몰고 와
후두둑후두둑,
목메게 애원하는 절절한 호소에
뒤꼍 대숲이 방울처럼 어려 있는  
빗물에 처연히 고갤 떨군다

은하의 분출이 범람으로 찰랑대니
참고 참았던 긴 속내의 한을
아낌없이 토설하고 칠흑 같은 밤을
찰 지게도 빚어서 동공에 비친 먹빛이
하얗다 못해 암울하기만 한데도
그저 하염없는 빗줄기 보고 있자니
너무나 아파서 눈물이 난다

살다 보면 복병의 재앙 같은
이유도 알 수 없고 풀어 맞출 수 없는 퍼즐처럼
기이한 사연들이 속속들이 아픔으로 도래해
반추反芻하는 과거처럼 설움에 복받쳐 오열을 삼킨다

안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
진정마저 통째로 잃어버린 오늘에서
직진이고,
후진이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
그럼에도 불구하고
정직하게 말한다 하여도 이미 편견으로 굳어버린
빗금을 이미 쭉 그어 놓았는데,

말은 가지런해야 하고
글은 쉬어 가라 헸는데
시도 때도 없이 한사코 외면할 수 없는
이내 마음 차마 어이하리야
어리숭한 짓거리가 낭패를 샀고
그늘지는 허허로움 달랠 수도 없는데

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
바람은 아무나 날 수 없고 날려 보낼 수도 없건만
감 잎사귀에도 떡갈나무 잎에도
진종일 후두둑 쉴 새 없이 두들기고 있다
빗물인지 눈물인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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